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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상을 지키는 실천, 안전 점검

[칼럼] 일상을 지키는 실천, 안전 점검

기사승인 2024. 05. 27. 18:00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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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검은 백조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이 실제 발생하는 경우를 일컫는 용어다. 미국의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는 '극히 예외적이고 알려지지 않아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장이 잇따르는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백조는 하얗다고 믿어온 유럽인들에게 1697년 검은 백조의 발견은 큰 충격을 가져온 사건이었다. 대부분의 대형 재난도 그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29년전 삼풍백화점 붕괴나 2022년 여름 서울 동작구에서 발생한 500년 빈도의 강우로 인한 피해 역시 그랬다.

극한 기상 상황의 변화 및 사회기반시설 노후화 등으로 최근 재난 발생의 양상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회기반시설 38만여개 중 51%가 완공 후 20년이 지났다. 25%는 30년을 넘긴 곳들이다. 기상 여건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해 여름은 우리나라 관측 역사상 강수일 대비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한 해였다. 지난 2020년도에는 52일이라는 관측 이후 가장 긴 장마를 기록했다.

이러한 때에 재난 발생의 징후를 미리 찾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주요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이다. 전통시장이나 건축물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낡은 전선의 관리 실태와 스프링클러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호우나 태풍으로 인한 풍수해 예방 점검도 서둘러야 한다. 비가 집중되는 때가 오기 전에 미리 하천을 준설하고 배수펌프장, 수문과 같은 수방 시설의 정상 작동 여부도 살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안전 점검의 하나로 매년 60일 이상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집중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이어온 집중안전점검엔 관계부처를 비롯해 전국 지자체, 각급 공공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민간 전문가 협회 17곳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의 민관 합동점검이다. 올해는 지난 4월 22일부터 오는 6월 21일까지 화재나 붕괴 등의 위험이 있는 전국의 주요시설 2만8000여곳을 살핀다.

도로, 교량, 터널 같은 중요한 사회기반시설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우기를 앞둔 상황에서 산사태 취약지역, 저수지, 댐과 같은 다양한 수방 시설도 점검한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 안전의 중요성을 우선 고려해 물놀이장, 키즈카페와 같은 어린이 놀이시설 1300여곳에 대한 안전 점검을 펼칠 예정이다. 어린이집, 초등학교 주변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시설 설치 현황도 전수조사한다. 이 밖에도 비탈면이나 교량처럼 맨눈으로 점검하기 어려운 시설은 드론이나 비파괴장비 등 전문 장비로 빈틈없이 챙기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발견된 위험 요소는 신속하게 보수해 재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방침이다.

진정한 시너지를 위해서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정부와 관계기관의 노력보다 앞서야 한다. 가정이나 사무실의 화재 위험 요소나 균열 같은 이상 징후를 살펴볼 수 있다면 더욱 확고한 안전 사회를 이룰 수 있다. 지난해 대전의 한 요양병원에서 집중안전점검을 통해 가스 배관이 부식된 것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해 잠재적인 화재 사고를 예방한 바 있다. 이처럼 매년 약 1만개에 이르는 우리 주변의 위험 요소가 집중안전점검을 통해 해소되고 있다. 이런 위험 요소는 평소 안전 점검이 없었다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전신문고를 활용하면 잠재적인 재난 예방 활동에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우려 시설을 신고하면 관할 지자체가 중요도를 판단해 안전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의 집중안전점검과 더불어 국민께서 내 주변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에 적극 참여해 주신다면 많은 검은 백조의 출현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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