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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유전 발견했다는 러시아에 아르헨티나 발끈… “국제법 지켰나”

남극 유전 발견했다는 러시아에 아르헨티나 발끈… “국제법 지켰나”

기사승인 2024. 05. 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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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령 남극 지역(BAT)에 있는 러시아의 남극기지. /현지 언론매체 인포바에
아르헨티나 정부가 러시아의 남극탐사와 관련, 위법성이 발견되면 국제사회에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남극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나온 아르헨티나의 첫 반응이다.

일간 엘크로니스타 등 현지 언론은 2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가 러시아의 남극탐사에 위법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위법성이 확인되면 남극조약협의국 회의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영국과 칠레가 아르헨티나와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 등 신흥경제 5국의 모임으로 사실상 미국의 대항마 역할을 하고 있는 브릭스는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공식채널을 통해 "러시아가 남극에서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는 유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브릭스에 따르면 러시아가 찾아낸 남극 유전의 매장량은 약 5110억 배럴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는 지난 50년간 북해에서 생산된 석유의 10배에 이르는 규모다.

발표가 나온 직후 아르헨티나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물밑으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발표의 주체가 러시아가 아닌 브릭스였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아직 이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러시아대사관을 통해 아르헨티나 정부가 확인을 요청했지만 러시아는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러시아와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르헨티나에 친미 우파 정권이 들어선 후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이다. 발표의 주체가 브릭스라는 점도 아르헨티나로선 껄끄러운 부분이다. 브릭스는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가입을 승인했지만 신임 우파 정부는 브릭스에 가입하지 않기로 했다.

현지 언론은 "과거처럼 양국이 친밀했다면 러시아가 유전 발견 사실을 아르헨티나에 가장 먼저 알렸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가 대응 방침을 공식화한 것도 외교정책의 기조가 반미에서 친미로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은 "러시아의 남극 유전에 대한 정보를 아르헨티나는 이미 2020년부터 입수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유전이 발견된 곳은 이른바 '영국령 남극 지역(BAT)'으로 아르헨티나, 영국, 칠레 3개국이 각각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곳이다. 아르헨티나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아르헨티나, 칠레, 영국 3개국의 공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아르헨티나는 러시아가 남극조약 등 국제법을 위반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극조약과 환경보호에 관한 남극조약 의정서에 따르면 남극에서의 과학연구와 조사는 보장돼 있지만 광물탐사는 금지돼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남극에서 석유 탐사까지 했다면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눈총은 더욱 따가워질 수 있다. 외교부 소식통은 "러시아가 남극에서 석유 탐사를 진행한 것이라면 남극에서의 광물 개발을 영구적으로 금지한 국제법에 도전한 것이 돼 지정학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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