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한화, ‘한국판 항공앨리’ 조성하려면…“정부 지원·산학협력 우선”

한화, ‘한국판 항공앨리’ 조성하려면…“정부 지원·산학협력 우선”

기사승인 2024. 07. 01. 11:00
6월 25~26일 美항공앨리 성공사례 분석
전문가들 "시간·비용多…기업 노력 한정돼선 안돼"
퓨처데이
폴 라보이(Paul Lavoie) 코네티컷 주정부 제조업 책임자(왼쪽부터),리즈 리네한(Liz Linehan) 코네티컷 하원의원, 제시카 테일러(Jessica Taylor) 코네티컷 항공부품협회 대표 등 코네티컷주 관계자들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한화 퓨처 엔진 데이' 행사에 참석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그룹은 향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을 '대한민국 항공 앨리(Aerospace Alley)' 중심지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프랫앤휘트니(P&W), 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항공엔진 제조사와 같이 독자형 엔진을 만드는 회사로 거듭나 지역사회를 일으키고, 나아가 국내에 항공전문산업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그 모범 사례이자 벤치마킹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 Hanwha Aerospace USA)이 위치한 미국 코네티컷주다.

지난달 25~26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지역 내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한화그룹이 독자형 항공엔진을 개발하고, 국내에 항공엔진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지역 산학관 협력체계 강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현지 기업, 주정부 인사 등과 함께 '한화 퓨처 엔진 데이'를 열고 '코네티컷 항공 앨리'의 성공 사례를 분석했다.

코네티컷은 항공엔진 개발 역량을 보유한 P&W를 중심으로 수백개의 부품, 소재 기업들이 모여 '소재-부품-엔진'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며 약 100년 동안 성장해왔다. 엔진은 조립하는 것마저 수십년의 경험이 필요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아 코네티컷은 지금까지도 수만개의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엔진을 판매한 이후에도 MRO(정비 유지) 사업을 통해 주기적으로 현금흐름이 발생해 경제적 안정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제시카 테일러 코네티컷 항공부품협회 대표는 "현재 협회에 소속된 130여개 이상의 엔진부품 제조사들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엔진 완제품을 생산하는 P&W의 존재가 산업 생태계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화 역시 이곳에 자리하면서 많은 직업을 창출하고, 주변 회사와 협력하는 등 생태계 형성에 도움을 줬다. 특히 이 지역 커뮤니티를 포용했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리더십을 발휘해 지역 인재를 영입하고 새로운 회사들에게도 긍정적인 선례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코네티컷 주정부는 바우처 기금 운영을 통한 사업 지원·정부 차원의 인재 양성·기술센터 운영·기업 컨설팅 등 다양한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제조 기업이 새로운 기계 설비 혹은 새로운 제조 프로세스를 도입하면 운영자금를 지원하고 지역 인재 채용 시,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이에 따라 코네티컷주의 항공엔진 제조업은 2022년 기준 연간 66억 달러(약 9조1000억원)의 GDP를 창출하고 약 1만55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폴 라보이 코네티컷 주정부 제조업 책임자(CMO)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항공엔진의 25%가 코네티컷에서 생산된다"며 "코네티컷주는 제조업을 지원하는 9개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100명 이하 소규모 기업도 최대 25만달러(약 3억5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향후 항공 앨리를 구축하려면 "항공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무원을 선출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사람이 높은 위치에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 관계자는 업계에서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나 행사에 대한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나 역시 코네티컷에 있는 수백개 회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주된 업무"라고 말했다.

전직 엔지니어
비토 모레노(Vito Moreno) 코네티컷대학교 교수(왼쪽), 옴 샤르마(Om Sharma)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리서치 센터 시니어 펠로우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기자들의 잘문을 답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튿날 기자들과 만난 비토 모레노 코네티컷대학교 교수와 옴 샤르마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리서치 센터 시니어 펠로우는 독자형 항공엔진 개발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만큼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P&W 전직 엔지니어 출신으로, 수십년간 코네티컷이 항공엔진산업의 대표주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줬다.

비토 모레노 교수는 "(한국형 엔진 개발을 위해서는) 정부에서 연구를 지원할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단순히 기업뿐 아니라 대학도 기술적 진화를 할 수 있도록 연구금이 필요하다"며 "특히 항공산업은 굉장히 많은 규제가 따르고 까다로운 품질, 높은 수준의 인증서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옴 샤르마 시니어 펠로우는 "단순히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총체적인 인프라 역량이 갖춰져야 한다. 항공엔진산업은 모든 사회·과학적 기술이 집약됐으며, 수많은 자원이 필요해 개발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본다. 다만 이러한 개발을 한화가 성공한다면 기존 글로벌 엔진제작사들도 더 잘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엔진 개발의 영역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자원"이라며 "수만개 부품으로 이뤄진 엔진은 정밀하게, 오랫동안 연구돼야 하고 검증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정부 관계자들은 예산을 삭감하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훌륭한 엔지니어를 키우고, 그러한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고 최종적으론 엔진을 개발, 검증하기까지 오랜 인내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유일 항공엔진 전문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030년 중후반을 목표로 전투기에 적용되는 독자 항공엔진을 개발하기로 했다. 특히 군수·민수엔진을 모두 담당하는 창원사업장은 '대한민국 항공 앨리'의 중심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속 국가 안보에 기여하고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한단 계획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