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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위기인가 기회인가

[칼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위기인가 기회인가

기사승인 2024. 07. 03. 06:00
새로운 법 시행, 가상자산 활성화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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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운 법무법인 중부로 대표변호사·前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가상화폐는 짧은 역사 속에서 많은 혁신과 변화를 겪어왔다. 그런 면에서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생소할 수 있으나 이미 시장을 형성하고, 사람들에게 때론 이익을, 때론 손실을 주기도 하면서 자산의 한 종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기술적 진보와 함께 이제는 법적 규제의 균형 속에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주목받는다.

필자가 가상자산에 대해 구체적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7년 춘천지검에 근무할 때였다. 경력 검사로서 신임 검사에게 노하우와 경험을 전달하고 지도하는 과정에서 과학 관련 대학을 나온 후 로스쿨을 졸업한 젊고 실력 있는 검사를 만나게 됐는데, 비트코인 성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친구들과 조금씩 투자를 해보면 어떨까 제안한 것이다.

당시엔 업무도 많고 사건처리 과정에서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 검사 직무에 충실한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검사는 돈과는 거리를 두고, 투명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공익을 지키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지 않겠냐는 얘기를 한 기억이 난다.

이후 가상자산 투자와 무관하게 수원지검 강력부에서 근무하면서 가상자산을 통한 마약유통사범 단속, 가상자산 거래소와 회원간 대부업법위반 사건, 코인 관련 다단계 사기 사건 등 각종 사건을 통해 가상자산의 실체와 부작용을 직접 확인했고, 법무연수원 검사 교수로 재직하면서는 가상자산의 효용성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며 가치변동이 매우 큰 가상자산은 그 특징에 투자자를 보호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고 불법 활동을 방지하고 금융 경제 시스템의 보호 차원에서 법에서도 면밀히 다뤄야 할 한 영역이 되어가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2023년 말 기준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43조 6000억원, 거래 금액도 649조원에 이를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거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자 각종 부작용과 관련 범죄도 증가했다. PICA(피카) 등 900억원대 가상자산 시세조종 사건, 5800억 원대 무신고 불법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사건, 1조 4000억 원대 하루인베스트 예치 사건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위 사건들의 경우 주로 형법상 사기죄나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을 적용해 이를 의율했으나, 기존 법률만으로는 가상자산이라는 특수한 영역의 거래 관계 등을 모두 포섭해 이를 해결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다. 이러한 특이성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된 범죄 혐의에 대해 기망행위의 존재 여부, 착오와 처분행위와의 인과 관계 등을 입증하기 위해 그 어느 사건보다 수사당국의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요구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해 2024년 7월 19일 자로 가상자산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가상자산시장의 투명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시행된다. 이 법은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과 유사하게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며, 가상자산 거래소에 각종 의무를 부과하고 관할 기관의 감독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마켓메이킹(MM)'의 금지, 콜드월렛(인터넷과 분리된 오프라인 지갑), 이상거래 실시간 모니터링 및 금융당국 통보 등 일부의 사람들은 해당 법 시행으로 가상자산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법의 시행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투기적인 거래로 인한 일부 특정 세력의 이익 독식을 방지함으로써 오히려 가상자산 거래 분야가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

아울러 현재 서울남부지검에 가상자산합동수사단이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많은 위반 사례들을 단속하고, 실적도 거뒀으나, 위 법이 시행되면 더 많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 요구가 있을 것이다.

합동수사단에 인원 및 시설이 보강돼 새로운 법이 규정하는 각종 불공정 거래 행위를 더 엄격히 단속함으로써 가상자산이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지금 보다 안정적이고,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2017년 신임 검사와 비트코인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을 때 비트코인의 가격이 100만 원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는 1억 원을 넘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시대가 됐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 그 신임 검사에게 한번 투자해 보라고 권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김명운 법무법인 중부로 대표변호사·前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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