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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떠난 아프간서 영향력 확대 노리는 러시아…“유엔 제재 철회해야”

美 떠난 아프간서 영향력 확대 노리는 러시아…“유엔 제재 철회해야”

기사승인 2024. 06. 05. 10:15
러 외무장관 "탈레반은 실질적 집권세력"
미군 철수 후 줄곧 우호적 입장 내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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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했던 지난 2021년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미군 철수 후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관련한 안보문제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크렘린궁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정권을 재장악한 지 새 만 3년이 된 가운데 미군이 떠나버린 아프가니스탄에 러시아가 다시 개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미르 카불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 제2부 국장은 4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에서 개최된 SCO(상하이협력기구) 외무장관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과의 협력 방안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카불로프 국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들의 결정에 달려 있겠지만 테러활동에 대한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탈레반의 특정 대표들을 안보리 제재 목록에서 제외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CSTO(구 소련 집단안보조약기구) 틀 내에서의 협력을 배제하지 않고 원론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의 SCO 가입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탈레반이 국제테러 및 마약범죄와의 전쟁에서 우리와 같은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면서도 "SCO 국가 중 일부는 아직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 회원국 SCO가입 동의에는 기본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의 경제정상화가 우선"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카불로프 국장의 이 같은 발언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는 지난 1989년 소련군 철수 이후 35년만에 러시아가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이날 "텔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실질적인 집권 세력으로, 유엔 제재목록에서 그들을 제외하려는 계획은 현실을 반영한다"며 탈레반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에 무게를 실은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1년 8월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의 재등장으로 안보질서가 혼란스러워지자 당시 지정학적으로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CSTO의 일부 회원국들은 의장국인 러시아의 개입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CSTO와 SCO의 틀 안에서 안보적으로만 접근했다.

하지만 2022년 우즈베키스탄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한 것을 시작으로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등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주변국은 미미하지만 구호기금의 형태로 경제교류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물론 러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의 정식 정부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아프가니스탄 내부에 탈레반을 제외한 다른 정치세력이 없다는 점과 더불어 사실상 탈레반 정권이 안정기에 들어서는 만큼 러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탈레반을 공식 정부로 인정하기 위한 첫 단계가 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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