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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포커스] 주취자 ‘응급’ 판단 기준 제각각… 갈등 빚는 경찰-소방

[아투포커스] 주취자 ‘응급’ 판단 기준 제각각… 갈등 빚는 경찰-소방

기사승인 2024. 06. 25. 18:04
공동대응 매뉴얼 달라 현장서 '혼선'
경찰 '보호조치' 소방 '환자의견 중요'
"가이드라인 등 규정 세분화 시켜야"
#1. 지난 3일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경찰관은 경찰관서에 공동대응을 요청하고 환자에게 '이송 거부 확인서'의 서명을 받은 뒤 현장을 이탈한 구급대원을 국민신문고에 진정 제기했다. 요구조자를 경찰에 떠넘겼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2. 지난달 22일 서울 광진구에서 경찰관 4명과 구급대원 3명이 이동침대에 누워 있는 주취자 A씨를 앞에 두고 고성과 삿대질을 해가며 다퉜다. 만취한 A씨를 누가 챙겨야 할지를 두고 경찰과 소방 관계자가 언쟁을 벌인 것이다.

최근 들어 경찰과 소방이 주취자에 대한 공동대응을 놓고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기관별 행동요령이나 매뉴얼을 갖추고 있지만 응급환자 판단 기준이 서로 달라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25일 행전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찰·소방 공동대응 건수는 9만8609건으로 전년(9만4409건) 대비 4.44% 증가했다.

통상 경찰과 소방은 주취자, 위험방지, 교통사고, 화재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공동대응에 나서지만 이 과정에서 갈등하고 혼선을 빚는 것은 양측의 다른 매뉴얼 때문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4조에는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조치 하도록 규정됐다.

즉 경찰청 주취자 보호조치 업무 매뉴얼은 만취자가 발생하면 구급대에 협조를 요청해 보건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반면 소방은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자 또는 보호자가 의료 기관으로 이송을 거부하는 경우 구급대원은 이송 거부 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환자 또는 보호자가 병원 이송을 원치 않으면 구급대원은 확인서를 받고 물러나도록 했다. 이처럼 다른 매뉴얼로 인해 주취자를 보호해야 하는 경찰과 주취자의 이송거부로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 없는 구급대원 사이에 갈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결국 경찰과 소방은 지난해 5월 두 기관 중 한 곳에 주취자 신고가 들어오면 상호 현장 출동하는 원칙에 합의했다. 양측은 또 분기별 정기 간담회 등을 통해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주취자 관련)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경찰과 소방 간 갈등이 발생한 것 같다"며 "관련 근거를 명확하게 하고 주취자를 긴급하게 공동대응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나 협약 등 근거 규정 등을 세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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