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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삼성의 길④] 반도체 전쟁 삼성, ‘노조 리스크’부터 푼다

[뉴삼성의 길④] 반도체 전쟁 삼성, ‘노조 리스크’부터 푼다

기사승인 2024. 06. 23. 16:38
첫 파업 여파 소멸되며 "대화로 상생" 공감대 확산
글로벌 반도체 전쟁 중 "노사관계도 삼성답게" 바람
삼성 서초사옥-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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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반도체 시장 판도가 급변하는 와중, 삼성에 드리웠던 '노조 리스크'가 걷히고 있다. 지난 7일 삼성전자 노조의 사상 첫 파업이 추가 동력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곧 사측과 노조간 긍정적 분위기속 상생 테이블이 준비되고 있어서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노조는 27일 열리는 '3차 사후조정'이 향후 노사관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는 지난 18일에 이어 21일 사후조정 회의를 통해 본격적으로 협상을 재개했다. 사후조정은 조정이 종료된 뒤 노동쟁의 해결을 위해 노사 동의하에 다시 실시하는 조정으로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자 역할을 맡아 교섭을 진행한다.

노사는 이 자리에서 이견을 줄이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삼노 측 관계자는 "최근 사측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고, 지금 국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노사가 갈등 해소의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교섭 타결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외부 독립감시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이찬희 위원장도 지난 18일 "노사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이 소통을 강조하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삼성이 처한 위기에 대해 노사가 상호 인식을 교환하며 좋은 결과를 끌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사 관계도 삼성답게"… 윈윈하는 상생모델 구축
이재용 회장이 최근 미국 출장 기간 밝힌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는 선언은 노사관계에도 적용된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글로벌 경쟁 시대에 노사상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한 임원은 "직원들은 노사가 대립하는 것이 아닌 상생하는 방향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노조는 더욱 긴밀하게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함께 가야할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를 둘러싼 글로벌 반도체 시장 분위기를 보면, 노조의 투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삼성전자는 31년 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다시 꺼내야할 만큼 전례 없는 글로벌 위기의 파고를 마주하고 있다.

인공지능(AI)시대에 대세가 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선 경쟁 업체에게 주도권을 내줬고, 미래 먹거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한 데다 이재용 회장이 직접 돌파구를 찾기 위해 미국 장기 출장에 나설 정도로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내부 전열정비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첫 파업 이후 삼성전자 노조가 투쟁을 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진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전삼노 조합원은 첫 파업 이후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쟁하면 '글로벌 경쟁'서 뒤쳐진다" 공감대
이미 삼성전자는 '임직원 친화적' 급여체계와 근로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사측과 직원 대표 간 협의체인 노사협의회가 합의한 임금 인상률은 5.1%다. 이는 작년(4.1%)보다 1.0%포인트 인상된 수준이자 올해 예상 소비자 물가 인상률(2.6%)의 2배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반도체(DS) 부문에서만 연간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냈고, 초과이익성과급 지급률도 0%로 책정됐지만 '삼성맨'의 자부심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임금 인상률 5.1%는 전 직원의 평균 인상률로, 상위 평가를 받은 직원들은 평균 7% 이상 오르고, 사원급 고성과자는 8∼10% 수준까지 인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은 상위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해 전 사업영역에 걸쳐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직원 사기 진작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배우자 출산휴가(15일)를 종전 2회 분할 사용에서 3회 분할 사용으로 확대하고, 난임휴가를 5일에서 6일로 늘리는 등 모성보호 제도를 강화했다. 또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1일 2시간) 적용 기간도 기존 '12주 이내·36주 이후'에서 '12주 이내·32주 이후'로 확대한다. 장기근속 휴가는 기존 대비 총 10일을 추가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취업 준비생이 희망하는 '꿈의 직장' 1위 자리를 지켜왔다. 높은 연봉과 탄탄한 복지 시스템으로 "직원들을 업계 최고로 대우해준다"는 확고한 인식 덕분이었다. 여기에 국내 최고의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한몫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4년 연속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직장'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애플 보다 순위에서 앞섰다.

◇"우린 글로벌 기업" 자부심과 '인재경영' 만나 시너지
삼성전자는 임직원이 편안한 환경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일하는 문화를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있으며 업무 외적인 면에서도 사내 식당, 사내 의원, 피트니스센터, 심리상담센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경영 철학인 '인재 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회장 취임을 앞두고 "인재 양성에 흔들림이 있어선 안 된다"고 했고, 기술 인재들과 만날 때 마다 "대한민국 발전은 젊은 기술 인재 덕분"이라며 인재 중심 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 입장에선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사 상생을 기반으로 내부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톱 기업으로 성장한 핵심 자양분도 인재 경영이었다.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철학은 "미래는 기술 인재의 확보와 육성에 달려있다"는 이재용 회장의 인재관으로 발전해 뿌리내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회사에 대한 임직원들의 만족도와 자긍심이 다른 기업 대비 높고 동종 업계의 인식도 '인재를 챙겨주는 회사'라는 인식이 강하다"라며 "글로벌 회사에서 일한다는 직원들의 자부심이 삼성이 가진 힘의 원천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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